단오는 음력 5월 5일로, 한국의 전통 명절 중 하나입니다. 설날, 추석과 함께 4대 명절로 꼽히던 단오는 양기가 가장 왕성한 날로 여겨져 다양한 풍습과 음식 문화가 발달했습니다. 창포물에 머리 감기, 그네뛰기, 씨름 등의 풍습과 수리취떡, 제호탕 같은 특별한 음식을 통해 건강을 기원했던 단오의 의미와 풍습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단오의 유래와 의미
단오는 ‘단(端)’이 ‘첫 번째’를, ‘오(午)’가 ‘다섯’을 의미해 ‘초닷새’를 뜻합니다. 수릿날, 중오절(重午節), 천중절(天中節), 단양(端陽)이라고도 불렸으며, 일 년 중 양기가 가장 왕성한 날로 여겨졌습니다.
단오의 유래에는 여러 설이 있습니다. 중국 초나라 회왕 때 충신 굴원이 간신들의 모함으로 5월 5일에 멱라수에 투신해 자살한 후, 그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제사를 지내던 풍습이 우리나라에 전해졌다는 설이 있습니다. 또한 조선 정조대왕 때 쓰인 『열양세시기』에는 굴원을 기리기 위해 밥을 물에 던져 제사를 지내는 풍속이 있었고, 이를 ‘수릿날’이라 불렀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고려시대에는 9대 명절, 조선시대에는 4대 명절로 손꼽혔던 단오는 초여름의 세시풍속을 가장 잘 보여주는 날이었습니다.
단오날 대표 풍습
단오에는 다양한 풍습이 전해져 왔습니다. 대표적인 풍습으로는 창포물에 머리 감기, 그네뛰기, 씨름 등이 있습니다.
창포물에 머리 감기
단오장(端午粧)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풍습은 ‘창포탕(창포물)에 머리 감기’입니다. 창포를 뿌리째 뽑아 삶은 물에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이 소담하고 윤기가 있으며 빠지지 않는다고 믿었습니다.
창포에서 나는 독특한 향이 병을 일으키는 나쁜 귀신을 쫓는다고 하여 창포의 뿌리로 비녀를 만들어 꽂아 나쁜 귀신을 물리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창포 뿌리에는 휘발성 성분인 ‘아사론’과 사포닌계 성분이 들어 있어 해충이나 곤충을 쫓아냈고, 이것이 귀신을 쫓는다는 속설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네뛰기와 씨름
단오날에는 여성들은 그네뛰기를, 남성들은 씨름을 즐겼습니다. 그네뛰기를 큰 행사로 할 때는 통나무를 양쪽에 세우고 그 위에 통나무를 가로질러 묶은 다음 그넷줄을 메는 ‘땅그네’로 했습니다. 종목으로는 ‘높이뛰기’, ‘방울차기’, ‘쌍그네뛰기’ 등이 있었습니다.
씨름은 왼씨름, 오른씨름, 띠씨름 세 가지 종류가 있었습니다. 오른손으로 상대방의 허리를 쥐고 왼손으로 상대방의 샅바를 잡는 ‘바른씨름(오른씨름)’은 경기도와 전라도 지방에서 주로 했고, 손잡는 것이 반대인 ‘왼씨름’은 함경, 평안, 황해, 경상, 강원도 등에서 했습니다. ‘띠씨름’은 허리에 띠를 매어 서로 잡고 하는 씨름으로 ‘허리씨름’ 또는 ‘통씨름’이라 하며 주로 충청도에서 했습니다.
기타 풍습
단오에는 다양한 풍습이 있었습니다. 쑥과 익모초를 뜯어 약재로 사용했는데, 쑥은 기둥에 걸어놓으면 귀신을 물리치는 부적 기능을 했고, 익모초는 여름에 식욕이 떨어질 때 즙으로 먹으면 식욕을 돋우고 일사병을 예방한다고 믿었습니다.
또한 ‘천중부적(天中符籍)’이라는 부적을 만들어 문설주에 붙이기도 했으며, 대추나무 시집보내기라는 풍습도 있었습니다. 이는 단옷날 오후에 대추나무 양쪽 가지에 자그마한 둥근 돌을 끼워 넣는 것으로, 대추가 많이 열리게 하는 풍습이었습니다.
단오날 전통 음식
단오에는 특별한 음식을 준비해 먹었습니다. 대표적인 단오 음식으로는 수리취떡, 제호탕, 앵두화채 등이 있습니다.
수리취떡
수리취떡은 단오의 대표적인 음식입니다. 수리취는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카로틴과 비타민B 복합체를 함유해 칼슘과 철분 등 작용을 도움으로써 지혈, 부종, 인후염, 당뇨 등에 효과가 있습니다.
수리취나 쑥을 짓이겨 멥쌀가루에 넣어 반죽하고, 수레바퀴 모양의 떡살로 문양을 낸 절편입니다. 여러 액을 제거하고 몸을 보양한다는 의미로 섭취했습니다.
제호탕
제호탕(醍醐湯)은 오매육, 사인, 백단향, 초과 등을 곱게 가루 내어 꿀에 재워 끓였다가 냉수에 타서 마시는 청량음료입니다.
조선시대에 궁중에서 마시던 약이면서도 청량음료로, 단오부터 그해 여름까지 내내 더위를 없애고 갈증을 해소시키기 위해 시원한 물에 타 마셨습니다. 제호탕이라는 이름의 뜻은 ‘맛있고 정신이 상쾌해진다’는 뜻으로, 더위를 풀어주고 가슴이 답답하고 목이 마른 것을 그치게 해준다고 합니다.
앵두화채와 기타 음식
앵두는 오디, 산딸기, 체리 등과 함께 단오 제철 과실입니다. 앵두와 체리는 피를 맑게 하고 위를 보호하는 기능이 있고, 단오 무렵부터 더위에 시달려 떨어진 입맛을 다시 돋우는 역할을 합니다.
앵두화채는 잘 익은 빨간 앵두를 깨끗하게 씻어 씨를 빼낸 뒤, 물과 꿀을 함께 넣고 끓였다 식혀 만듭니다. 이외에도 도행병(초여름에 나는 각종 과일을 즙을 내 쌀가루에 버무려 쪄먹는 설기떡)과 같은 음식도 단오에 즐겨 먹었습니다.
현대의 단오 축제
오늘날에도 단오 전통은 다양한 축제를 통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강릉단오제로,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걸작으로 등재되었습니다.
강릉단오제 기간에는 대관령에서 산신과 수호신들을 기리는 굿과 제사가 열리며, 한국 전통음악, 학산오독떼기, 관노가면극, 시조 경창 대회 등 다양한 유희가 펼쳐집니다. 또한 이 기간 동안 규모가 큰 장이 서기도 합니다.
북한에서는 해마다 단오를 민속명절이라 하여 휴식일로 정하고 하루를 쉬게 하고 있습니다.
단오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문화가 담긴 소중한 전통입니다. 창포물에 머리 감기, 그네뛰기, 씨름 등의 풍습과 수리취떡, 제호탕 같은 특별한 음식을 통해 건강을 기원했던 단오의 의미를 되새기며, 현대적으로 계승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